우주 전쟁: B-R5RB 전투




이브 온라인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유저들은 (혹은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아사카이 전투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작년 이맘때 일어났던 이 전투는 수천명의 유저가 한 시스탬에서 모여서 싸우는 이브 온라인의 진수를 보여주였죠. 몇일전에 일어난 B-R5RB전투는 비록 이브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유저가 모인 전투는 아니였지만, 다른 의미에서 이브 온라인 역사에서 최고의 전투라고 부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액(?) 이 나온 전투"로요.


어떤 느낌이냐면... 오늘 아침을 먹으면서 BBC 뉴스를 읽고있는데

Feature Article에 "Virtual War 'costs over $300,000'" 라는 제목으로 이브 온라인 뉴스가 뜰 정도로요. 대충 해석하면 " 온라인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3억원의 손실" (...)


자, 그러면 조금 늦었지만 B-R5RB전투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이 포스팅은 이브 온라인 공식 데브 블로그에 올라온 자료와 themittani.com의 자료를 기반으로 해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전황분석과 배경의 대부분은 themittani.com에 올라온 글을 참고로 적혀있습니다: http://themittani.com/features/largest-virtual-battle-ever)




배경 - 땅따먹기.

이브 온라인에는 3개 (+1) 의 지역이 있습니다. 하이시큐리티 지역은 제국들이 직접 통치하는 곳이며, "안전한" 지역으로 취급받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지역도 여기이며, 유저들은 제국들이 만든 경찰인 콩코드의 보호아닌 보호를 받습니다.  로우 시큐리티 지역은 제국이 통치를 하나, 콩코드의 영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콩코드가 직접 출동하지 않으며, 매우 재한적인 보호 (게이트건등) 의 보호만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해적과 배신이 난무하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널섹이 있습니다. 널섹은 제국의 영향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콩코드는 여기에 사는 유저들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신히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지역은 웜홀로 여기선 다루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자치권이란, 사실상 유저들이 자신들의 제국을 만들고 그 성계를 자신의 땅으로 선포하며 통치가 가능한, 쉽게 말해서 땅따먹기가 (...) 가능한 상황을 준다는 겁니다 (모든 널섹이 유저통치가 가능한건 아닙니다.). 실제로 성계를 차지하면 얻을 수 있는 이권들이 많기 때문에, 거대한 얼라이언스들은 성계들을 차지하기 위해서 열심입니다.  그리고 이브의 성계가 많다고 하지만, 얼라이언스들이 차지 할 수 있는 성계는 모든 널섹을 포함해서 2,719개. 굉장히 많아 보이는 숫자이지만, 수만명의 맴버를 가진 거대 얼라이언스들에겐 부족하기만 한 숫자입니다.  그래서 얼라이언스들은 서로 전쟁을 하거나 협상을 하여 이 성계들을 분할하거나 점령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얼라이언스가 성계를 차지하고 그것을 지킬만한 힘이 있는건 아닙니다.  얼라이언스 중에는 소규모의 얼라이언스도 많고, 그런 얼라이언스들은 거대 얼라이언스와 전쟁을 하여 성계를 뺏어먹을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널섹 성계에서 오는 자원적 이득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 그런 상태에서 렌터라는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이 랜터의 개념은 말 그대로 영토전쟁에 끼어들기 싫거나 끼어들 힘이 없는 얼라이언스가 이미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얼라이언스에게 일정양의 돈을 지불하고 그 성계를 '임대'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게임내에서 지원하는 매커니즘은 아니고, 유저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개념이지만, 지금까지 상당히 잘 굴러가고 있는 메커니즘이고, 한국 얼라이언스 중에서도 실제로 이렇게 렌터로 널섹에서 생활하는 유저들도 있습니다. 



전쟁의 시작


현제 이브 온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매이저한 전쟁은 Halloween War, 할로윈 전쟁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브에서 큰 새력권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안 유저들이 뭉쳐서 다른 얼라이언스 연합인 N3PL를 공격함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사실 양측다 상대에게 품고있던 악감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N3PL 연합은 러시아 연합 소속인 SOLAR 얼라이언스를 공격하여 SOLAR 를 자신들의 영토에서 쫒아낸 기록이 있고, N3PL연합 소속의 Nulli Secunda는 러시아 연합의 AAA 얼라이언스와 같이 동맹을 맺고 싸우다가 찬밥이 된 기억이 있죠.  그렇게 일어난 전쟁은 이브 온라인에서 흔히 있는 전쟁이되었을 뻔했으나..


다른 거대한 연합체인 CFC, Clusterfuck Coalition - 그 유명한 군스웜이 매인인 연합이 러시아 연합에 3자 동맹으로서 도와주겠다는 선포를 함으로서 전쟁은 대규모 대전으로 커지게 됩니다.  원래 N3PL도 CFC가 작년에 TEST 와 싸울때 비슷하게 참전했기 때문에 사실 CFC의 참전은 복수라고 할 수 있겠죠.  거기다가 N3PL은 CFC의 메인인 군스웜을 매우 싫어합니다 (...)


그런 상황에서 작년 12월 중순, CFC의 리더인 미타니는 CFC의 모든 전력을 전쟁에 투입하기로 결정, 총력전 상황에 들어갑니다. 물론 N3PL 연합도 이에 맞춰서 총력전에 돌입, 연합계에서 초식동물(...) 취급받고 있는 프로비던스쪽 연합까지 끌여들이며 (비록 적극적이진 않았지만), 전쟁을 시작합니다.



전투의 서곡


이브의 거대 얼라이언스들의 전쟁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지루할 수 도 있습니다. 전투는 몇시간동안 유지될수 있으며, 게임 서버에 가는 부담을 최소화하여 수천명이 동시에 같은 전장에 있게해주는 시스탬인 TiDi는 게임내 속도를 평소의 10%까지 줄여버립니다. 그런 상황에서 수천명의 유저들은 전함을 타고, 리더가 말해주는 적을 일점사해야 됩니다. 


이브 온라인에선 크게 2가지의 함급을 나눌 수 있습니다.  전함 이하를 총칭하는 서브캐피털, 그리고 캐리어, 드레드넛 이상을 지칭하는 캐피털(슈퍼 캐피털)급이죠.  서브 캐피털급은 일반적으로 전쟁의 함대의 주력이자, 수천대가 모여서 상대 함대와 싸우는 역활입니다.  그리고 캐피털급 이상은 전쟁에서 전술병기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캐리어가 함대의 수리를 하거나, 엄청난 피통을 가진 건물 철거때 드래드노트급이 투입되곤 합니다. 그 이상의 슈퍼 캐리어나 이브 함선중 가장 커다란 타이탄급은 거의 전략병기취급을 받죠.  특히 타이탄은 한방에 엄청난 대미지를 주는 둠스데이 웨폰과 점프 브릿지 능력으로 이브 온라인에 몇백척이 존재하지만 침몰하는 일이 드문, 어찌보면 현실의 핵병기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쟁이 이어지면서, 두 진영은 HED-GP라는 지역에서 몇일전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평소에도 전투가 자주일어나는 시스탬이고, N3PL은 슈퍼 캐피털 함대를 동원하여 CFC/러시아 연합과 교전하였고, 여기서 이브의 서버가 뻗어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한 끝에 (...) CFC/러시아 연합은 85대가 넘어가는 드레드노트급을 상실하고 후퇴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B-R5RB 시스탬에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콩코드에게서 영토권을 인정을 받기 위해선 한달에 일정량의 세금을 내야됩니다.  문제는 N3PL측에 속한 한 회사에서 B-R5RB의 세금 지불을 깜빡해 버렸고, B-R5RB 성계는 한순간에 주인이 없는 성계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날은 아사카이 전투 1주년이 되는 날이였습니다 (...)


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짜피 다시 성계를 차지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이 성계가 N3PL 연합의 주요 얼라이언스인 Pandemic Legion의 집결 성계라는 겁니다.  모든 전쟁 물자와 함선들이 여기에 모여있는 상태에서, 만약 CFC/러시아 연합이 스테이션을 차지할수 있게 된다면 PL의 모든 전쟁물자는 동결 상태가 되어 다른 곳에서 물자를 옮겨오거나, 성계를 다시 되찾을 때까지 물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즉 갑자기 B-R5RB에서 일어나는 전투가 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거인들의 전투


N3PL은 일단 다시 성계를 차지하기 위해, Territorial Claim Unit, 영토확장 유닛을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성공적으로 설치하면 성계는 다시 N3PL쪽으로 되고 모든것은 정상으로 돌아가죠.  하지만, 러시아 연합은 성계가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스테이션은 리인포스 타이머 (스테이션의 hp가 일정량 이하가 된후 자동으로 24시간동안 유지되는 무적모드) 가 없는 것을 노리고, 1/27 1400 UTC에 스테이션을 급습, 스테이션을 뺴앗는것을 성공합니다.  


이 순간적인 기습으로, N3PL의 지원군은 시스탬안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시스탬 밖에서 밖에 들어올 수 없게 됩니다. CFC/러시아 연합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채로, 자신들의 TCU를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N3PL은 바로 반격의 준비를 합니다.  인터넷으로 소식이 퍼지자 마자, 투입가능한 모든 서브캐피털/캐피털 전력이 B-R5RB 시스탬에 투입되고, 1600 UTC 에는 함대간 전면전이 시작됩니다. 


CFC/러시아 연합이 설치한 UTC가 온라인이 되는 예정시간은 2200 UTC. 그것을 막기 위해서 N3PL은 지속적으로 함대를 조직하여 B-R5RB 로 투입하기 시작하고, 그 지원군을 막기 위해서 CFC/러시아 연합은 함대를 조직하여 지원군을 막기 위해 I-NGI8, GXK-7K등의 N3PL 집결 성계로 보냅니다.  전장이 확대 되며 참전하는 유저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고, 총력전이 시작됩니다.


2200 UTC 시간에 가까워지자, 미국 동부쪽 유저들이 로그인하여 전투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전투의 양상은 CFC/러시아 연합에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지원하러 로그인 하는 미국 동부쪽 유저들의 숫자가 CFC/러시아 연합쪽에 더 많았던 거죠.  이때부터 CFC/러시아 연합의 교환비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2200 UTC에까지 N3PL은 타이탄을 18대, CFC/러시아 연합은 7대를 잃었습니다.

2300 UTC이후론 N3PL은 32대의 타이탄을, CFC/러시아 연합은 5대를 잃음으로서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습니다.


0320 UTC, N3PL 지휘부는 후퇴를 명령합니다.  이미 전투에서 패배가 확실시한 상황에서, 최대한 전력을 유지시키며 탈출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싼 일반 캐피털 (캐리어, 드래드노트)를 미끼로, 비싼 슈퍼 캐피털급을 탈출 시키는 작전을 씁니다.  하지만 CFC/러시아 연합의 스파이들은 이미 N3PL의 통신에 침입해 있었고, 어느 함선이 탈출명령을 받고 탈출을 시도하는지 알아내어, CFC/러시아 연합의 지휘부에 전달합니다.  지휘부는 효율적으로 인터딕터/해비 인터딕터를 이용하여 탈출하는 슈퍼캐피탈들을 막아냈고, N3PL 의 함대는 전멸의 위기에 놓입니다. 


하지만 N3PL 함대의 최후의 희망은 이브온라인이 하루에 한번씩 무조건 하는 점검시간 (약 30분정도 진행합니다) 에 있었습니다.

1100 UTC, 이브 온라인의 점검시간이 되었고, 전투중이던 모든 유저는 강제적으로 게임에서 튕겨나갑니다.  이 상황에서 게임에 다시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함선은 우주공간에서 사라진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N3PL지휘부는 모든  파일럿에게 점검이 끝나도 게임에 다시 로그인을 하지 말것을 명령합니다.


이 전투에서 최후에 침몰한 슈퍼 캐피털 함선은 The Kadeshi 얼라이언스의  Craedda라는 유저의 닉스 클래스 슈퍼캐리어였습니다.  이 함선은 1040 UTC에 침몰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브 온라인 역사에서 가장 치열하며 비싼 전투가 끝나게 되었습니다.



결과 : 거인들의 황혼


CCP에게 있어서도 이 전투는 여러모로 감명깊었는지, 전투가 끝난후 몇일이 지나지 않아, CCP의 공식홈패이지에 데브 블로그로 전투의 결과가 공지되었습니다.


- 총 전투 시간은 대략 21시간

- 7548 명의 캐릭터들이 참가

- 717 개의 회사가 참가

- 55 개의 얼라이언스 참전

- 75대의 타이탄 침몰 (N3PL 측 타이탄 59대 침몰, CFC/러시아 연합측 타이탄 16대 침몰)

- 침몰한 타이탄 타입: 에레버스 37대 / 아바타 25대 / 라그나로크 13대 / 레비아탄 0대

- 13대의 슈퍼 캐리어 침몰

- 370대의 드레드노트 침몰 

- 123대의 캐리어 침몰


B-R5RB 전투가 일어나기 전까지 가장 큰 타이탄 전투는 O2O 와 Uemon사이에 일어난 전투로 12대의 타이탄이 침몰.


- 775발의 둠스데이(...) 가 사용됨.  이는 지난 2년동안 이브 온라인에서 사용된 '모든' 둠스데이 숫자의 24%에 해당되는 숫자.


- 11 트릴리언 ISK어치의 함선/아이탬이 파괴됨 (11,000,000,000,000 ISK)


- 이는 PLEX로 전환 할시 $300,000 ~ $330,000 USD 에 해당하는 금액 (3~3.5억원)


- CCP가 만들어낸 공식 통계;














그리고 CCP는 이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B-R5RB에 "Titanomachy", "거인들의 전쟁" 이라는 게임내 특별 지역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루비콘 1.1에서 업대이트된 새로운 캐피털 합선 잔해 모듈을 이용해서, 1월 31일 다운 타임에 이 전투의 잔해가 영원히 보존되게 됩니다.











뭐랄까. 이브 스케일은 이브 스케일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쪽에 가서 스샷이나 찍어오도록 하겠습니다.

BBC에도 올라간 뉴스니...한국 인터넷 기자들도 퍼날라서 웹에 올리지 않을까요 (...) 흠흠.



Posted by 넷크로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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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cada 2014.01.30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당

  2. ㄴ머ㅗㅇㄹ 2014.01.30 2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매번 댓글을 많이 달고 싶은데 블로그가 매번 보안코드를 써야 되서 힘드네요 ㅠㅠ

  3. ColaPooh 2014.01.30 2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정리 잘하셨네요. 다른 사이트에 퍼가도 될까요?

  4. ㅇㅇ 2014.01.30 2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만 전투지 보니까 어떤 N3PL멍청이가 세금깜빡해서 안냈다가 개쳐발리는 내용이네요[...]

    으이구 불쌍

  5. 크샤스 2014.01.30 2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재밌게 읽고가여~

  6. 슼카이라이프 2014.03.03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사카이 1주년ㄷㄷ
    노린거같은데...

  7. 봉자 2014.07.06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헤헤 이브 봉인유저 입니다, 오랫만에 이런 소식 읽고가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잘보고가요, 페북에 링크좀 하겠습니다 !!

뭔가 포스팅은 적어야 되겠고, 이브 관련 포스팅이 참 뜸한것 같아서 의무감에 적는 배틀 리포트(...)

그러므로 재미도 감동도 뭣도 없...


...흠흠. 시작해 보겠습니다.


언제나 처럼 ISK를 버는것도 질리고 해서 로밍을 나가기 위해서 행어를 뒤져보았습니다.

프리깃? 재미있긴 하지만 전투가 너무 빨리 끝나버리니 패스.

크루져? 좋긴 하지만 상대가 급수가 크면 상대가 귀찮아지니 패스.

...그럼 역시 언제나 처럼 남는것은 배틀 크루져.


적절하게 튼튼하고, 적절하게 싸고, 적절하게 딜링 좋고, 적절하게 빠른...


적절하다고!



그러니까 김모씨 같은 분이 이브 PVP의 배틀 크루져죠.(응?)


저는 그 중에서도 튼튼한 미르미돈을 좋아 합니다만, 그래도 매번 미르미돈만 타고 나가면 심심하니까. 라는 생각에서 사이클론을 꺼냈습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CCP의 대규모 함선 밸런싱으로 민마타 라인은 프로젝타일 터렛 계열과 미사일 계열의 함선들로 나눠지게 되었습니다. 사이클론은 원래 민마타의 프로젝타일 배틀 크루져였지만, 패치 후에는 미사일 배틀 크루져로 바뀌였죠. 보너스가 민마타 배틀 크루져 래밸당 5% 해비/ HAM 미사일 발사속도 와 7.5% 쉴드 부스팅양인 사이클론은 쉴드 탱킹, 그것도 엑티브 쉴드 탱킹에 특화된 함선입니다. PVP상황에서 엑티브 쉴드 탱킹이라면 ASB, 엔실러리 쉴드 부스터라는 매우 강력한 모듈이 있지요.  9발의 캡 차지를 넣고 차지를 한번 쓸때마다 일반적인 쉴드 부스터보다 훨씬 많은 양의 쉴드를 회복해 주는 모듈입니다. 단 9발의 캡 차지를 사용하고 난 뒤에는 60초 동안 리로드를 하던가 (=즉 보통의 경우 맞아 죽던가) 일반 쉴드 부스터 모듈의 몇배나 되는 캡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지요.


생긴것도 적절하고, 가격도 적절합니다.


어찌되었든, 사이클론으로 출항을 하여 칼다리 지역의 로섹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렛질을 하고 싶었던 카라칼을 격추시키거나 지나가던 채광선을 때려잡는 그리 특별할것 없는 로밍이였죠.


그러다가 로컬이 1명 밖에 없는 조용한 로섹 성계에 도착했습니다. 보통의 경우, 이런 곳에 있는 사람은 스테이션에 박혀 있지만, 이 성계는 스테이션이 없는 골목 성계!  클로킹을 하고 있지 않는 한 저의 디랙셔널 스켄에 잡힐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뭐라도 잡아 보자는 마음으로 스켄을 돌리며 성계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스켄에 잡히는 것은 칼다리의 미사일 프리깃인 케스트랄.


뭐 솔찍히 그리 맛있어 보이는 먹이도 아니고, 느린 배틀 크루져의 락온 속도로는 프리깃인 케스트랄을 락온하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가난한 해적은 뭐라도 다 주워먹어야 됩니다.


돈도 없고 배도 없고... 나에겐 킬멜밖에 남은게 없어! 사실 그것도 별로 없지만



그렇게 디스켄 범위를 줄여가는 순간...갑자기 오버뷰에 뭔가가 업데이트 됩니다.


CYNO!!!


사이노소럴 필드, 줄여서 사이노라고 불리는 특수 모듈을 장착해서 여는 간이 점프 게이트가 오버뷰에 업데이트 된거죠.  보통의 조그만 함선은 이 사이노를 통해 점프하지 못하지만 캐피털급(!) 함선이나 점프 프레이터(!) 같은 고급 함선류는 함선 자체에 달린 점프 드라이브를 사용하여 게이트를 통하지도 않고 성계의 이동이 가능합니다.  이브에서 게이트의 사용을 필요없게 만들어주는 사이노는 상당히 전략적인 모듈이죠.  


사이노는 일단 전략적으로 강력한 물건이지만, 대신 사이노를 열은 함선은 10분동안 이동이 불가능 해지며 사이노 자체가 오버뷰에 바로 보여서 누구나 거기로 워프가 가능하다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디스캔으로 사이노 방향을 계속 확인하는데...


1. 순간 방금까지 있던 케스트랄이 스켄에서 사라지며, 캐스트랄 파일럿의 이름이 붙은 캡슐이 등장.

2. 로컬이 한 명 증가.

3. 방금까지 있던 사이노가 증발.

4. 매우 짧은 순간 스켄에 함선이 하나 뜨고 다시 사라짐.


뭐,뭐지?!

짧은 순간 짱돌을 굴려본 결과...


이 분은 이 포스팅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 녀석 자폭 트릭을 썼구나!

이브의 모든 함선은 자폭이 가능하고, 자폭 시퀸스에 들어가면 일정 시간 후에 함선이 터집니다. 이를 노려서 자폭 카운트가 10초 정도 남은 상황에서 사이노를 작동 시키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사이노가 열리고 카운트가 0이 되는 순간 배가 자폭되며 사이노도 증발되죠.  보통 캐피털 파일럿들이 자신의 캐피털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사이노 부캐로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완벽하게 사용됬다면 오버뷰에 떠오르는 사이노가 1-2초 밖에 안되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반사신경이 아니면 사이노에 워프하는건 불가능한데...












...이미 워프 찍었다 ㅋ


상대는 부캐로 사이노를 열고, 자폭을 하여 빠르게 사이노를 닫고, 그 사이에 캐피털 함선에 탑승한 부캐가 성계에 진입해서 클록.  잘만 수행되면 안전하게 캐피털을 옮길 수 있는 계획이였지만....


보나마나 캐리어 or 드레드넛이겠지!  하하하하  네 녀석의 락온속도와 트랙킹과 모든것을 감안할때 배틀 크루져인 나를 잡을 순 없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걸려도 네 녀석을 잡아주지!



네놈의 패턴은 파이터파이터파이터파이터파이터다!



물론 디캔에서 상대가 클록하기 직전 이름이 L로 시작하는것 이유 모를 불안감이 들었지만...저의 머리는 상대의 클록을 풀 생각만 하고 있었죠.


아무리 상대가 클록을 하고 있지만, 이브의 클록킹은 무적이 아닙니다.  클록 상태에서는 타겟팅할 방법이 없지만, 근처 2500m안에 오브젝트가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풀려버리는 클록킹의 특성상 상대가 대충 어디에 있다는 정보만 있으면 풀 방법이야 많죠.


드론을 사출하고, mwd를 키고 매뉴얼 올빗을 돌면서 상대를 찾던 저의 앞에, 갑자기 거대한 함선이 클록킹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 좀 많이 큰 함선 같지만 어쨋든 일단 태클(워프재밍) 부터!


...어라?


........어라?


............어라?????? 

네놈이 건담이냐!!




재밍이 안걸려??


캐피털 급은 시즈모드나 트리아지등의 특수 모듈을 작동 시키지 않는 이상 일반 적인 것으로도 재밍이 걸리는데?! 왜 안걸리지?!  당황해 하며 모든 시큐리티 체크업등을 다 해보지만, 문제는 없고, 눈앞의 함선은 거대한 동체를 움직이며 얼라인에 들어갑니다. 


잠깐 잠깐 기다려봐...


1. 이놈은 사이노를 썼다 = 캐피털급 이상의 함선이다

2. 이놈은 움직인다 = 시즈모드/트라이아지가 아니다
3. 일반 워프 스크램블링에 걸리지 않는다
4. 더럽게 크다.
5. 이름이 L로 시작한다.

즉...

전일이형 아까도 그 대사 했어요


...이놈은 그러니까...



이렇게 생긴거 있잖아 이렇게 생긴거...





그...
















칼다리의 레비아탄 클레스 타이탄 말야.









이브 가격 수십빌ISK. 현금으로도 수백만원이 넘어가는 함선인 타이탄.

그리고 타이탄은 전자전 이뮨.태클은 특수 함선인 해비인딕으로 해야됩니다.





버엉찐 상태로 타이탄을 락온하고 올빗을 돌고 있는데 로컬 체널에 타이탄 파일럿이 통신을 올립니다


타이탄 파일럿> 보아하니 네놈은 날 태클을 걸 방법이 없겠군ㅋ 나중에 봐ㅋㅋㅋㅋ



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대로 무너지면 아무리 늅늅하더라도 해적인 저의 채면이 말이 아니죠!


저> 후,훗. 어,어쩔수 없군! 널 태클하고 잡을 수 있는 친구들은 많지만 (그런거 없습니다) 지금 접속한 친구는 없군! (실제로 친구가 없...) 네놈은 운이 좋군!!!


타이탄 파일럿> 그랰ㅋㅋㅋ


그리고 타이탄은 얼라인을 한 후에 유유히 SS로 워프를 해서 나갑니다. 물론 범핑을 하거나 상대를 공격해서 조금이나마 귀찮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짜피 그래봤자 잡을 방법이 없는 이상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 저가 불쌍해 보였던지 타이탄 파일럿은


타이탄 파일럿> 음... 아까 사이노 연 부캐 알이라도 먹을래? 어짜피 사이노를 열었으니 필요없는데?


...그 말과 함께 다시 돌아오는 케스트랄 파일럿의 캡슐.

나,나는 고고한 해적이라 이런거 받지 않는다능! 

나,나는 설원에서 배고픔을 참고 버티는 헝그리한 론 울프라능!!!

나는...







...그래 일단 먹고 살아야죠. 






Posted by 넷크로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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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er. 2013.09.20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도 없는 조용한 성계에서 신나게 달려들었건만, 타이탄이 뙇 !?

  2. Bianor 2013.09.20 1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번에 '레..레비아탄!!?' 이라고 비명을 질러댄게 이 사건이었군...